

화가 난다는 것은 아직 기대가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금요일의 17:2 대참사, 토요일의 6:7 역전패 때는 티비 리모컨을 집어 던질 뻔했는데, 오늘(5일) 3:4로 지면서 6연패를 달성하는 순간… 제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분노를 넘어선 ‘해탈’, 바야흐로 보살의 단계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희망고문이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다
오늘 경기는 시작이 참 좋았습니다. 3회말 윤동희의 시원한 선제 투런 홈런이 터질 때만 해도 “그래, 오늘은 연패 끊고 기분 좋게 한 주를 마무리하겠지!”하며 흥분된 마음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벚꽃 구경 겸 사직야구장에 갔습니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 선수가 5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3실점으로 꾸역꾸역 막아내며 3-3 팽팽한 동점 승부를 이어갔으니까요. 그런데 롯데 야구는 언제나 우리가 방심할 때 뒤통수를 칩니다.

야구의 기본을 잊은 8회와 9회, 스스로 무너진 모래성
이길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있었습니다. 8회말 무사 2루라는 역전의 황금 찬스를 잡았지만, 후속 타자들이 시원하게 침묵하며 밥상을 걷어찼습니다. 어제 9회말 무사 1, 2루에서 쓰리번트 삼진으로 물러났던 악몽이 데자뷔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그리고 대망의 9회초. 마운드에 올라온 임시 마무리 최준용 선수가 보여준 투구는 제 남은 멘탈마저 가루로 만들었습니다.
- 선두타자 최정에게 피치클락 위반으로 허무하게 볼넷 헌납.
- 대주자가 나가자마자 연이은 폭투, 또 폭투.
- 안타 하나 맞지 않고 볼넷과 폭투만으로 1사 3루를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경기력.
결국 고명준에게 적시타를 맞고 3:4로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프로 1군 무대에서, 그것도 9회 동점 상황에서 볼넷-폭투-폭투라니요.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일이 월요일이라서 다행입니다
이로써 롯데는 홈 개막 3연전 싹쓸이 패배, 파죽의 6연패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리그 최하위(공동꼴찌)로 추락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일은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라는 점입니다. 하루라도 롯데 야구를 안 보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지경입니다. 오늘은 시원한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전국에 계신 롯데 자이언츠 보살 팬 여러분, 오늘 하루도 정말 욕보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