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에 서식하는 40대 가장 ‘하시파파’입니다.
부산 시민들에게 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종교이자 문화입니다. 그 중심에 있는 사직야구장은 1985년 건립되어 벌써 40년이 넘은, 전국에서 가장 낡은 구장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부산시장 선거나 총선 때만 되면 정치권에서는 어김없이 ‘사직구장 재건축’ 혹은 ‘최첨단 북항 돔구장’이라는 화려한 조감도를 꺼내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가 오면 비를 맞고, 좁은 좌석에 무릎을 부딪히며 야구를 봅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왜 번번이 물거품이 되었는지 그 씁쓸한 역사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선거철에 나왔던 사직 돔구장 조감도

부산 사직 야구장 전경
1. 희망 고문의 시작: 허남식 전 시장 시절 (2000년대 후반 ~ 2014년)
사직구장 신축 혹은 돔구장 이야기가 공식적인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북항 앞바다 돔구장의 꿈: 2007년경, 당시 허남식 시장 체제하에서 부산 북항 재개발과 연계하여 바다를 낀 세계적인 하프돔(Half-Dome) 또는 전천후 돔구장을 짓겠다는 원대한 구상이 발표되었습니다. 일본의 후쿠오카 돔 등을 벤치마킹하며 시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죠.
- 무산된 이유 (예산과 민자 유치 실패): 조감도는 화려했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습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건설비를 부산시 세금만으로 충당할 수 없었고, 민간 자본(롯데그룹 등)을 유치해야 했으나 수익성 부족 문제로 기업들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결국 타당성 조사만 몇 번 반복하다 임기가 끝났습니다.
2. 갈팡질팡의 시대: 서병수, 오거돈 전 시장 시절 (2014년 ~ 2020년)
이후 시장이 바뀔 때마다 야구장 계획은 ‘돔구장 ➡️ 개방형 신축 ➡️ 리모델링’을 오가며 표류하기 시작합니다.
- 서병수 전 시장 (리모델링 vs 돔구장): 2014년 취임한 서병수 전 시장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돔구장 대신 구덕운동장 부지 활용이나 사직구장 전면 리모델링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북항 돔구장 건립’을 장기 과제로 슬며시 꺼내 들며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 오거돈 전 시장 (개방형 신축 발표): 2018년 취임한 오거돈 전 시장은 돔구장 건설을 완전히 폐기하고, 사직구장 부지에 새로운 ‘개방형 야구장’을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나 롯데그룹과의 명확한 비용 분담 합의 없이 발표된 선언적 의미에 그쳤고,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며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3. 드디어 본 궤도에 오르다: 박형준 현 시장 체제의 구체화 (2021년 ~ 현재)
가장 구체적인 합의와 행정적 절차가 이루어진 것은 2021년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입니다.
- 공식 타임라인의 확정: 2024년 11월, 부산시는 사직 신구장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돔구장’은 건축비가 1조 원에 달해 비합리적이라 판단, 사직구장 현 위치에 2만 1천 석 규모의 ‘개방형 구장’으로 재건축하기로 확정했습니다. 2026년 설계 공모를 거쳐 2028년 착공, 2031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행안부 심사 통과: 가장 중요한 관문이었던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를 2025년 7월 통과하며, 총 2,9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조달(롯데 817억, 나머지 재정 부담) 계획도 본 궤도에 올랐습니다.
- 해결된 ‘대체 구장’ 딜레마: 사직구장 철거 및 공사가 진행되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3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가 어디서 야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대체 구장 문제도 확정되었습니다. 바로 옆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약 182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1층, 2층 관중석만 활용해 1만 2천 석 규모 확보)하여 임시 야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시 사직 신구장 조감도
4. 다시 고개 드는 ‘북항 돔구장’ 이슈 (최근 상황)
행정적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2026년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북항 돔구장’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 정치권의 화두: 최근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일부 후보가 북항 재개발 부지에 개폐식 돔구장을 짓고, 현재 사직구장은 생활체육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 부산시의 입장: 이에 대해 박형준 시장 측은 북항 야구장 건립은 수조 원의 민간 자본 유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민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 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가?: 정치인들에게 ‘야구장 신축’은 롯데팬들의 막대한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미끼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확정된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화려한 조감도와 공약으로 이슈를 선점하려는 경향이 십수 년간 반복된 것입니다.
5. 포스팅을 마치며: 부산 시민은 ‘조감도’가 아닌 ‘야구장’을 원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처음 사직구장을 찾았고, 이제는 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사직구장을 찾습니다. 다른 지역들이 메이저리그급 최신 구장을 지어 올릴 때, 부산 시민들은 여전히 비좁은 좌석과 경사 높은 관중석, 기나긴 화장실 줄을 서며 인내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야구장 관련 공방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제 부산 시민들은 더 이상 화려한 조감도에 속지 않습니다. 2031년 완공이라는 확정된 타임라인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 우리가 원하는 것이 ‘상상 속의 돔구장’이 아닌 ‘현실의 개방형 구장’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