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비행장이 부산의 맨해튼으로? 센텀시티의 흥미로운 역사와 유래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센텀시티(Centum City)’. 이제는 마천루가 즐비한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첨단 IT·영상·전시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허허벌판 ‘비행장’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부산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센텀시티의 이름에 얽힌 유래와, 그 땅이 품고 있는 흥미로운 역사를 산책하듯 찬찬히 짚어보겠습니다.

‘센텀’이라는 이름은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라틴어로 숫자 ‘100(백)’을 의미하는 단어가 바로 센텀(Centum)입니다. 여기에 도시를 뜻하는 ‘시티(City)’가 결합된 명칭으로, “100% 완벽한 최첨단 미래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부산시의 강한 포부와 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영단어를 조합한 것이 아니라, 도시 계획 단계부터 ‘완벽함’을 지향했던 역사적 맥락이 숨어있는 이름입니다.

센텀시티의 과거를 알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수영비행장(부산비행장)’이었습니다.

  • 군사 목적의 시작: 1940년대 일제강점기 말기,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을 위한 군사 목적으로 건설한 비행장이 그 시초입니다.
  • 한국전쟁과 부산의 관문: 한국전쟁 발발 직후,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핵심 관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 중 부산을 방문했을 때 첫발을 내디딘 곳도 바로 이 수영비행장이었습니다.
  • 국제공항으로의 승격: 1958년에는 ‘부산 수영국제공항’으로 정식 승격되어, 김포공항에 이은 대한민국 제2의 국제공항으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1972년 수영만 인근 항공사진

1970년대 들어 부산이 급격히 팽창하고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영강변에 위치한 수영공항은 확장에 한계를 맞게 됩니다. 결국 1976년 공항 기능이 현재의 ‘김해국제공항’으로 완전히 이전되면서 수영비행장은 그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이후 군용 비행장과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방치되던 이 거대한 부지는 1990년대 후반, 부산을 정보통신(IT), 영상, 국제업무, 전시(MICE)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키려는 ‘센텀시티 일반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전기를 맞이합니다.

1995년 수영만 인근 항공사진

현재 센텀시티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화려한 기록들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 기네스북에 등재된 백화점: 센텀시티의 랜드마크인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2009년 오픈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공식 등재되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https://www.shinsegae.com/store/main.do?storeCd=SC00008
  • 부산에서 보기 드문 ‘격자형’ 계획도시: 산지와 구릉지가 많아 도로가 구불구불한 부산의 일반적인 지형과 달리, 센텀시티는 비행장 활주로 부지를 기반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바둑판처럼 반듯한 격자형 도로망을 갖춘 매우 이례적인 지역입니다.

에필로그 > 마천루 사이를 걷다 보면 이곳이 활주로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센텀시티는 전쟁과 산업화의 역사를 묵묵히 견뎌내고 100% 완벽한 도시(Centum)를 향해 여전히 비행 중입니다. 이번 주말, 수영강변을 따라 조성된 APEC 나루공원을 거닐며 센텀시티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산책은 어떠실까요?